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6·3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의 개념을 비교하며 정책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김 지사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한 ‘기본 시리즈’ 정책을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방식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은 ‘기회’를 중심에 둔 정책을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개념의 정의부터 실제 정책 적용 방식, 철학적 기반까지 비교해보며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의 차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은 특정한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는 시민 개개인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으로, 빈부 격차 해소와 소비 진작, 사회 안정 등을 목적으로 합니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보편성, 무조건성, 정기성입니다.
기본소득이 실현되면 국민 누구나 자신의 소득, 직업 여부, 재산 유무와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을 받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나 한국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후자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의 성격을 지닌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부터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청년기본소득'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철학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지지해왔습니다.
기회소득이란 무엇인가?
반면 김동연 지사가 제안한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 철학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김 지사는 기본소득이 무조건적이고 무차별적인 현금 지원이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기회소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기회소득의 가장 큰 특징은 ‘조건부 지원’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생계 보장이나 소비 진작을 위한 현금 지원이 아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선택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김 지사는 청년, 장애인, 돌봄 종사자, 예술인, 체육인 등을 그 대상자로 언급하며, 이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가 시장으로부터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청년 기회 사다리 금융’을 예로 들며, 이 정책은 단순 현금 지원이 아닌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형태로 기획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정책의 핵심 차이점 정리
이처럼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그 개념과 적용 방식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김동연 지사의 발언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혜 대상의 차이
기본소득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기회소득은 특정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집단에 한정됩니다. 이는 기회소득이 보다 선택적이고, 필요한 곳에 자원이 집중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지원 방식의 차이
기본소득은 정기적이고 무조건적인 현금 지원입니다. 반면, 기회소득은 일정한 활동에 대한 참여나 성과에 기반하여 지원되며, 현금뿐 아니라 금융·교육·주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3. 정책 철학의 차이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보장된 인간다운 삶’을 핵심 가치로 삼지만, 기회소득은 ‘공정한 기회의 제공’과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을 중심 철학으로 합니다. 김 지사는 이를 "저는 기본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기회라는 말을 쓴다.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라고 표현했습니다.
4. 지속 가능성과 실현 가능성
기본소득은 재정 부담이 크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됩니다. 반면, 기회소득은 한정된 대상과 조건을 설정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실행이 용이하고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책 실현에 따른 사회적 효과는?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릅니다. 기본소득은 단기간 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 의욕 저하, 재정 부족 등의 부작용 우려도 존재합니다. 반면, 기회소득은 사회적 약자나 가치 창출 집단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사회 통합을 도모할 수 있으며, 정책 효과도 보다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동연 지사는 "기회소득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참여해야 받을 수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동반하는 새로운 소득 보장 방식으로 기회소득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이 정책이 장애인, 예술인, 체육인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가치 생산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과제와 사회적 논의
기본소득이든 기회소득이든,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 대상자 선정 기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다양한 과제가 존재합니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복지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소득 보장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에 대해 국민적 논의가 더욱 중요합니다.
기본소득은 ‘보편성’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강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니며, 사회 전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반면 기회소득은 정책의 명확한 타겟 설정과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며, 재정적으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됩니다.
맺음말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단순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회 철학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반영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가 강조한 기본소득이 ‘모든 국민의 존엄을 보장하자’는 큰 틀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김동연 지사의 기회소득은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자’는 실용적 접근입니다.
어떤 정책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향후 대선 정국에서도 이러한 정책들이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적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합니다.